Q. 음악 산업의 본질은 콘텐츠인가요?
A. ‘음악 산업의 본질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다양한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좀 더 쉽게 접근하면,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음악 산업에서는 매니지먼트가 본질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과 관련한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회사의 성공 요인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하이브가 음악 산업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A. 제가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전문 애널리스트도 없었고 분석이 아니라 단편적인 상황에 따른 의견만 있었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야가 산업이 되려면 인프라를 파악하고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 회사가 미래에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이브를 만들면서 음악 부문이 하나의 산업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도 늘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의 산업이 된 것 같습니다.
Q. 하이브는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버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하이브가 지향하는 바는 음악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입니다. 2017년부터 플랫폼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플랫폼이 어떤 형태이어야 할지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를 통해 2019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론칭했습니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은 물론, 커머스와 미디어 콘텐츠, 공연 관람 기능까지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단순히 하이브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다른 K-pop 아티스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이 우리의 의도를 왜곡해서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기업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중립적인 가치를 제시했고 지금은 수많은 K-pop 아티스트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도 위버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기업가로서 겪은 역경이 있었다면?
A.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도 어려웠지만 아직도 저는 매일 두렵습니다. 하루도 두렵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언제나 긴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내일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Q, 기업가로서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인가요?
A. 회사에서 임직원들에게 혁신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너무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굉장히 큰 규모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혁신은 커다란 변화를 만듭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일상의 작은 불편들을 해소하는 것도 혁신이고 그것들이 쌓이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TV 음악방송을 방청하기 위해 팬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이돌 문화가 생기면서 경쟁률은 더 높아지고 녹화 전날 새벽에 줄을 서는 일들도 생겼습니다. 아이돌 문화를 만든 것은 결국 팬이고, 그렇다면 팬을 위해서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말도 안 되는 불편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키오스크와 위버스 같은 스마트폰 앱으로 대기 시스템을 만들면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런 작은 부분부터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혁신은 일상 안으로 들어가서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모여서 산업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Q. 미래의 창업가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것보다 한 가지에 집중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일이나 사업을 한다면 혁신과 융합,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음악 산업의 경우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합니다.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과정도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존중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연예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서 이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사랑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 나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특히 음악 산업은 궁극적으로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사람을 항상 중심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꿈꾸는 하이브의 미래는?
A. 끊임없이 성장을 요구받는 현대 기업의 숙명은 음악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전략을 통해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국가별 타깃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글로벌 1위 음악시장인 미국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강력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멀티 레이블 전략을 통해 리스크는 분산하고, 경쟁력은 공유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K-pop은 음악 용어가 아닌 음악과 콘텐츠의 제작, 유통, 마케팅, 팬 커뮤니케이션 등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산업적 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